Trick (1999) by wilma


말 밤, 연인과 함께 밤거리를 쏘다니며 빈 여관방을 찾아 헤메인 적이 있으신지? 심상치 않은 냄새가 물씬한 좁디좁은 방 하나를 구하면 그나마도 다행이지만 지갑이 날씬한 연인들에게는 이도 운이 좋았을 때 얘기다. 밤새 다리는 퉁퉁 부어오르고 새벽이 다가올 때 까지 변변한 방 하나 찾지 못한 채, 공원 벤치에 앉아 하염없이 서로를 쳐다보며 손바닥에 땀이 축축하게 밸때까지 결국 손만 잡고 밤 새버린 가난한 청춘들. 이쯤되면 우울은 굳이 입에 담지 않아도 된다.

폴의 <트릭>은 애타게 ‘잠자리’를 찾아 맨하탄을 떠도는 두 게이 총각의 ‘침대찾기 하룻밤 어드벤처’다. 뮤지컬 작곡가 지망생인 게이브(크리스찬 캠벨)은 단칸방을 함께 쓰는 룸메이트가 여자 친구 몰래 뜨거운 하룻밤을 보내게 해주기 위해 현관앞에서 새우잠을 잘수도 있는 착한 모범생 게이. 그런 그에게도 문제가 있으니 바로 ‘경험’의 부족. 뮤지컬에 쓰일 사랑의 세레나데를 작곡하지만 정작 본인의 연애실적은 바닥친지 오래고, 마음을 굳게 먹고 찾아간 게이빠에는 이렇다 땡기는 사람이 없다. 그렇게 다시 혼자 집으로 향하던 게이브는 우연히 지하철에서 한 남자를 발견한다. 바로 좀전의 게이빠에서 손바닥만한 끈팬티 하나 걸친채 춤을 추던 몸짱 댄서 마크(존 폴 피톡). 은밀하지만 어눌한 욕망의 시선을 주고받은 두 사람은 잠깐동안의 섹스를 위해 게이브의 집으로 향한다. 하지만 A,B 생략하고 본 게임에 막 돌입하려는 순간, 게이브의 룸메이트가 여자친구를 대동하고 등장하면서 두 사람의 계획은 제대로 틀어지기 시작한다. 친구의 아파트에서 자정의 댄스 클럽, 식당의 화장실을 전전하지만, 이 귀여운 오빠들이 머물 곳은 결국 맨하탄의 거리 뿐이다.

사 마틴 스콜세지의 <특근 After Hours>을 게이 로맨틱 코미디 버전으로 둔갑시킨 듯한 <트릭>의 두 게이 총각은 하룻밤 풋사랑을 위해 함께 있을 방을 찾아 동분서주하지만 우연하게 연결되는 짜증나는 상황들만 마주칠 뿐이다. 그러나 결국 방 하나 찾지 못한 이 ‘무능한 커플’은 섹스보다 더 중요한 것을 얻는다. 영화는 섹스와 인스턴트 로맨스를 코믹한 방식으로 비트는 동시에 답답하고 옹졸한 성적 엄숙주의 역시 꼬집는다. 로맨스 신봉자인 게이브는 몸짱 마크가 얼굴값 톡톡히 하는 잔인한 바람둥이라고 단정하고, 행여 하룻밤 재미가 상처뿐인 재앙으로 끝나버릴까 전전긍긍한다. 한편 마크는 착해빠진 게이브가 자신을 ‘몸짱’이 아닌 한명의 남자로 봐줄 거라고 기대하지만, 결국 마크는 ‘하룻밤 상대’였을 뿐이라는 게이브의 이야기에 상처를 받는다. 두 사람의 모험을 통해 <트릭>은 관객들조차 가지고 있었을 것이 뻔한 섹스, 몸, 로맨스에 대한 편견에 은근히 골을 낸다. 그리고 단지 섹스만을 위해 존재한 듯한 그들의 밤은 그 이상의 무언가를 공감하는 과정을 통해 그 어떤 낮보다도 로맨틱한 순간을 맞이한다. 비록 빤스 한번 제대로 벗어보지 못했지만, 거리를 헤메느라 지친 그들의 피곤한 밤과 아침 해를 맞이하며 나누는 단 한번의 키스는 사랑스럽기 그지없다.
**1/2
제대로 된 섹스씬 하나 없지만, 존 폴 피톡만으로도 충분하다. 고고 댄스를 추는 그의 끈빤쓰 위로 보이는 bulge는 근래 보기 드문 물건 중의 물건. 그러나 정작 식욕을 돋우는 최고의 장면은 피아노를 치는 크리스찬 캠벨의 등에 물건을 부벼대는 순결한 하얀색 CK 빤쓰 차림의 피톡이다.

덧글

  •  모모  2006/03/13 01:15 #

    이것저것 단점들도 많이 보이지만 참 귀여운 영화였죠.(이것이 미남의 힘입니까?)
  • wilma 2006/03/13 23:26 #

    다른 건 몰라도, 이 영화, 미남의 힘은 제대로 보여주지압.
  • 오우 2011/06/20 03:59 # 삭제

    이런걸 바로 진흙속의 진주라고 하나요
    헐리웃 시나리오의 위엄을 느낀다랄까 우오 이런
    이런 사랑스럽고도 재기넘치는 영화라니 아 >.<
    퀴어매니아들에게도 더 많이 알려져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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